스피릿 로드

미시간 여행 - 매니스티/ 실버레이크 I 본문

여행

미시간 여행 - 매니스티/ 실버레이크 I

Jason Gom 2019. 8. 6. 13:16

미시간의 여름은 천국이다. 이는 부인할 수 없다. 무려 6개월 정도 (올해도 4월까지 봄이라 하기엔 쌀쌀하고 우울한 날씨였다) 춥고 어두운 나날을 거쳐, 마치 길고긴 터널을 지나 빛을 보듯이.... 미시간의 여름은 아름답기만 하다. 오늘은 미시건 호에서 캠핑하기 좋고 특이한 야외할동을 하는 두 곳을 소개하려 한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을 하였다. 중간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랜드 래피드에서 아침을 해결하였다. 그랜드 래피드는 이전 Founders 양조장에 몇번 들른 기억은 있지만, 거주지역으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작지만 아담한 도시였다. 미국도시 치곤 드물게 걸어다니기 좋았고, 여기저기 조깅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였다. 음식점은 Brown Butter 라는 곳이였는데, 동화속에서 튀어 나올 듯한 곳이였다. 

메뉴판 보고 혀를 굴리며 주문했건만....이름이 기억 안난다.... 건강식이다.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다... 닭고기와 구운 토마토의 절묘한 조화로움이라 할까... 
이건 프랑스 어쩌고 하는 파르페이다... 달다...아침잠을 날려버릴 정도로 달디 달다.

커피도 괜찮았고, 파르페도 나름 적당한 량이였다. 덕분에 우리 아이만 엄청난 당분을 섭취하였다. 

캠핑을 하려면 해야될 준비작업들이 많을 것 같아서, 아침을 급하게 헤치우고 다시 매니스티로 이동하였다. 원래 의도는 실버레이크 근처에 야영을 하는 것 이였다. 올 2월에 예약을 하였지만, 밀리고 밀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날짜가 8월이였고, 가능한 곳이 매니스티 였다. 작년 캠핑에 재미를 느껴 올해초에 계획한 내역이지만 이리 많을 줄을 예상밖이였다. 캠핑 사이트 예약은 Recreation.gov 에서 했다. 내셔널 파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비용도 저렴하다. 2박 예약에 50불 정도 된다. 텐트장 하나 예약하는 것인데, 두집이 갈 때는 차량 분 추가로 내면 된다.

출처: greatlakesproud.com

네비에 장소를 찍으려 할 때 부터 난관이였다. 캠핑을 예약한 사이트에서도 위치를 찾기 힘들었다. 어렵사리 찾은 결과 주변이 푸르디 푸른 녹지에 둘러쌓여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Lake Michigan Recreation Area)

불과 20분전에 드문드문 집들도 보이고, 맥도날드도 보였다. 입구의 표지판을 보고 산길을 따라 들어와보니,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장 인줄 알았다. 핸드폰도 신호가 안잡힌다. 샤워장도 없다. 다행히 화장실은 있다. ㅡㅡ;;;;

텐트를 치자마자 아이에 성화에 못이겨 수영을 하러 갔다. 야영장 앞에 둔턱을 넘어서면 미시간 호수가 보인다. 모래사장에 들어서자 마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이 신발도 벗고 백사장에 들어간다. 암암리에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호수는 정말이지 너무 맑았다. 토버모리나 포트 휴론처럼 애매랄드 빛은 아니지만, 맑고 투명하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는 곳까지 걸어들어가도 바닥이 보인다. 땀에 젖은 몸을 물에 담그니 찬물에 샤워를 한 듯 개운하다. 백사장 한켠에 둔턱에서 흘러나오는 물길이 있나보다. 아이가 개구리 잡는다고 하는 길을 따라 들어가니 발이 차다 못해 시렵다.    

캠핑은 끼니준비의 연속이다. 물놀이를 좀 하다 다시 배고픔을 느끼며 텐트로 향한다. 비록 샤워장이 없어 비누칠은 못했지만, 시원한 지하수로 간단히 씻고 메인 이벤트를 준비한다. (작년 캠핑장은 샤워장도 잘 갖춰져 있었는데, 이번 곳은 정말 오지에 위치한 듯 하다. 그래도 자리가 없어서 난리이다.)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화로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무를 한 덩어리 사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주변에 마른 가지들도 있어 조금씩 주워 넣으며 불을 지폈다. 위에 그릴을 올려놓고 고단백 식사를 시작하였다. 삼겹살 부터 집에서 양념을 재운 갈비까지... 운동을 하고 나서인지라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순간 이미 바닥에 고구마밖엔 남지 않았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화로에 앉아 불을 계속 지피며 안식을 취한다. 이곳 캠핑장은 문명의 이기가 고립된 곳이였다. 중간에 손이 근질거려도 핸드폰은 먹통이고 정신사납게 확인하던 메일도 여전히 무응답이다. 만지작 거리던 핸드폰은 어느순간 가방 깊숙히 쑤셔 넣어 버리고  혹시나 했던 잡지를 꺼내 읽게된다. 저녁에 캠핑장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였다. 얼마나 조용한지 10여미터 떨어진 이웃 캠핑장에서 캔 따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 사람들도 밤에는 서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이야기 하고 조용히 밤공기를 즐긴다. 따뜻한 불볕에 앉아 책을 읽다보니 눈꺼풀이 무겁다. 잠시 눈길을 하늘로 옮기는 순간 밤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폰을 주섬주섬 꺼내어 허공에 대고 연신 셔터를 누르지만 화면에는 까만 화면만 뜰 뿐이다. 할 수 없이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아 올린다. 호수에서 찍은 사진은 멀찌감치 민가 불빛들이 보여 환하지만, 실상 산속에서 보는 하늘은 까만 도화지에 정신없이 별들을 달아 놓은 듯 하다. 

출처: https://www.awesomemitten.com/stargazing-in-michigan/ (사진: Dan Price)

이번 캠핑을 하면서 느낀게 있다. 지난번 캠핑의 묘미는 야외에서 논다는 그 자체였는데, 이번 캠핑은 야생에서 하나의 생물체로 공존한다는 것을 고민하게 하였다. 적막하긴 하지만 주변 숲의 새소리를 음악삼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마치 숲속에서 기 수련을 하는 듯한 기분이였다. 처음 몇시간은 자연에 동화된다는 것이 어색하고 견디기 힘들긴 하였다. 하지만 점차 자연에 순응할 수록 이루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캠핑 온 사람들 모두 이러한 조용함을 즐기기 위해 먼길을 온 것 같았다. 이번 캠핑은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 해줄 만한 여행이였다. (식구들도 너무 좋아했다. 다만 마지막날은 씻고 싶으니 호텔을 꼭 예약해달라는 요청은 받았다. 나도 공감한다....쥔장.)

다음날은 이번 여정의 또다른 이벤트인 모래 사장에서 ORV를 타는 것이다. 지난번 미시간 트래버스 시티 여행 (상세 내역은 여기 클릭) 에서 잠깐 소개한 곳인데, 이제 눈팅만 하던 짚차를 끌고 모래언덕을 올라간다. 기대감에 잠을 청한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퀘백 - 도깨비 의 향수를 찾아  (0) 2019.08.10
미시간 여행 - 매니스티/실버레이크 II  (0) 2019.08.07
뉴욕 여행 II  (0) 2019.08.02
뉴욕 여행  (0) 2019.08.02
시카고 (추가본)  (0) 2019.08.01